임현택 의협 회장 탄핵안 가결…취임 반년 만에 퇴진
임현택 의협회장 '초유의 탄핵'…전공의 대표 © MoneyToday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의 불신임(탄핵) 안건이 가결됐다. 의협 역사상 두 번째로, 취임 반년 만에 회장이 탄핵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했다. 의정 협상을 포함한 현안 해결의 전권은 다음 주 새로 꾸려질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로 넘어간다. 의협 지도부의 전면 교체로 여의정 협의체 참여 등 의료사태 해결을 위한 의정 간 대화는 또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의협 대의원회는 10일 의협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회장 불신임과 비대위 구성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대의원총회(임총)를 열었다. 이날 임총은 재적 대의원 246명 중 224명이 출석해 불신임(3분의 2 이상), 비대위(반수 이상) 안건 상정 인원을 충족했다. 투표 결과, 임 회장의 불신임안은 △찬성 170표 △반대 50표 △기권 4표로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인 76%가 찬성해 가결됐다. 비대위 설치는 총투표자 169명(중간 이탈 제외) 중 △찬성 106표 △반대 63표로 반수 이상 찬성을 받아 가결됐다.
임 회장은 SNS(소셜미디어서비스)에서 막말과 실언을 반복해 의협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간호법 통과, 2025년 의대 증원 저지 실패 등 의료 현안에 대한 리더십 부족을 이유로 의사 회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탄핵안 상정 이후 임 회장은 SNS 계정을 스스로 삭제하고 두 차례에 걸쳐 회원과 대의원에게 '사과의 편지'를 보내는 등 자세를 낮췄지만 그동안 잃은 신뢰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의협 회장이 탄핵당한 건 2014년 노환규 전 의협 회장에 이어 10년 만으로, 지난 5월 취임한 임 회장은 의협 역사상 최단기간 내 회장직을 상실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향후 의대정원 증원 논의, 여의정 협의체 참여 등 대정부 협상의 전권은 새로 구성될 비대위로 넘어간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임총 후 백브리핑에서 "선거 공고, 지원자 모집 후 13일 전자투표로 비대위원장을 선출하겠다"며 "의협 정관상 (회장 탄핵 시) 60일 이내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올해 말까지 회장 선거가 마무리되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 체제는 회장 선출 직전까지 유지되지만, 협상 능력에 따라 임총을 연기해 한 달 이상 운영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뒀다. 다만 비대위가 구성되지 않은 만큼 당장 내일(11일) 발족하는 여의정 협의체에 의협이 참여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임 회장의 탄핵과 비대위 체제 전환은 8개월 넘게 지속되는 의정갈등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임 회장과 대립해 온 의대생·전공의가 '명분'을 얻은 만큼 여의정 협의체를 포함해 정부와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각 병원 대표 90명의 명의로 지난 7일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임 회장의 탄핵 결정이 나자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SNS에 "결국 모든 일은 바른길로"라며 환영하는 뉘앙스의 글을 남겼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도 전공의 단체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교웅 의장 역시 "비대위가 구성되면 가장 중요한 전공의들이 적극 나서 의대증원 등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의원들도 그런 역할을 할 사람을 뽑겠다"고 전공의 중심의 대정부 협상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비대위와 새 집행부 구성에 따라 또 다른 갈등 국면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새 지도부가 임 회장처럼 '젊은 의사'를 품지 못할 경우 세대·직역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협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개원의, 의대 교수 등의 이해관계가 각기 다르고 수능과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있어 혼란이 가중될 것 같다. 정치력·협상력을 갖춘 '대표'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걱정"이라 말했다. 현직 대학교수 A씨도 "전공의들이 내년 상반기 모집을 앞두고 분열하는 양상을 보인다. 일정 기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 내다봤다.
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