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국 삼둥이 출산 의사 "산모, 안정 취하는 게 제일 안 좋다"
전종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사진=tvN '유퀴즈 온 더 블록'
다태아 출산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전종관(사진)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임산부가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대중적 인식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다"면서 오히려 산모와 아이의 건강에 해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 교수는 19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138회 '명의' 특집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임신 과정 자체가 굉장히 힘들다. 30주가 넘어가면 '이렇게 힘드냐'고 하는데 엄마가 몰라야지 임신을 하지, 알고는 못 하는 게 임신이라고 얘기를 한다. 배가 수시로 뭉치고 딱딱해지고 빠질 것 같고 몸은 또 왜 이렇게 가려운지 모른다"면서 "임신한 여성을 볼 때 많은 사람이 산모를 보지 않고 아기를 본다. 이걸 먹으면 아기에게 좋다고 한다. 그런데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전 교수는 "제가 볼 때 (산모에게) 제일 안 좋은 게 안정이다"라며 "저는 임신부들에게 안정 빼고 다 해도 된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오해 중 하나가 임신 12주까지 안정기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잘못되는 경우를 보면 임신 12주까지 잘못되는 경우가 80%다"라면서 "임신 12주까지 유산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맞다. 그렇지만 유산될 아기가 유산되는 거다. 엄마가 누워있어도 유산될 애는 되고 매일 돌아다녀도 유산이 안 되는 애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정을 하면 몸이 나빠진다. 2주만 안정을 취하면 근육이 빠지고, 안 그래도 높은 혈전증의 위험도가 더 높아진다"면서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임산부의 삶의 질에는 왜 관심을 안 두느냐"면서 "누워있다고 조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누구를 위한 안정이냐"고 했다.
그는 "태교 또한 좋다는 근거가 없다"면서 "중요한 건 일하는 여성들, 태교할 시간이 없는 여성들이 죄책감까지 느낀다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기에게 이상이 생겼을 때 '태교 못 해서 그런 것 아니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서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으니 전업주부든 직장인이든 엄마는 자기 일 잘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특히 기억에 남는 산모가 있느냐'는 질문에 "사실 제가 의사를 하다 보면 아기도 엄마도 건강하면 엄마들에게 좀 미안하지만 빨리 잊힌다. 반면 엄마가 큰 사고를 당했거나, 그런 엄마들은 잊히지 않는다"면서 아기를 잘 낳고 맥박이 좀 빨라서 CT를 찍으러 갔는데 갑자기 맥박이 정상이 됐던 산모를 거론했다. '집에 못 가는 줄 알았더니 갈 수 있겠다'라는 농담도 나눴는데 그 후 산모는 30분 뒤 사망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런 일 때문에 분만을 접는 의사도 많다"면서 "직접 겪지 않으면 얼마나 괴로운 줄 모른다"고 전했다. 이어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살려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다시 시작했다. 그렇지만 잊혀지지는 않는다. 죽을 때까지 그런 부분은 기억에 안고 가야 할 것"이라며 산부인과 의사의 남다른 고충을 드러냈다.
한편 전 교수는 배우 송일국의 세쌍둥이인 대한·민국·만세 출산 당시 함께 했으며, 그가 지금까지 받은 네쌍둥이 산모 수는 8명, 세쌍둥이는 450명, 쌍둥이는 4000명을 웃돈다. 지난해 11월에는 34년만에 국내에서 탄생한 다섯쌍둥이의 제왕절개 수술을 집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