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도에 녹는 소금… 그게 새우깡의 비법
손이 자꾸만 가는 새우깡의 제조법이 2018년 MBC '구내식당'에서 소개된 이후, 소셜 미디어(SNS)에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한번 보면 잊기 어려울 만큼 매우 독특하기 때문. 뜨거운 불이 보여야만 할 것 같은 공장엔 하얀 소금뿐이다. 그곳에 새우깡 반죽을 넣자 놀랍게도 반죽이 쭈욱 부풀며 우리가 아는 새우깡으로 변한다. 도대체 어떤 원리인 걸까?
◇불 대신 소금… 파칭(Parching) 방식
소금이 불의 역할을 대신한 것이다. 소금은 800도가 되기 전까지 액체로 변하지 않는다. 고체인 채 그대로 열기를 보존한다. 소금을 먼저 고온으로 데운 뒤, 더 이상의 가열 없이 소금의 열기로만 새우깡 반죽을 굽는다. 농심 스낵개발팀 담당자는 "고온의 소금이 열원으로 작용해 새우깡 반죽 내부 온도를 상승시키면, 반죽 내 수분이 팽창해 부풀어 오르면서 새우깡 완제품 모양으로 바뀐다"며 "반죽이 팽창할 때 소금이 반죽으로 옮겨가는 양은 거의 없어, 나트륨 함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게 고온의 소금에 굽는 걸 '파칭' 방식이라고 한다.
그냥 불에 구우면 되는 것 아닐까? 농심 스낵개발팀 담당자는 "맛이 다르다"며 "당시 개발팀은 실제 맛을 구현하고자 했는데, 새우깡은 대하 소금구이에서 착안한 제품이라 소금을 이용한 팽창 방식이 특유의 고소함과 새우 맛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소금에 구우면 스낵을 기름에 튀긴 것보다 담백하게 만들 수 있다. 직접적인 불의 열기가 반죽 겉면에 닿는 게 아니라서, 속 전체까지 골고루 익힐 수 있다. 소금이 비린내와 잡내를 잡아주고, 짭조름한 맛까지 구현한다. 파칭은 새우깡이 아닌 다른 스낵 제조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같은 재료로 반죽을 만들어도, 몇 도의 소금에서 얼마나 데우는지에 따라 맛과 질감이 달라진다.
◇원자 결합 방식 따라 녹는점 달라져
파칭 방식을 사용할 때, 왜 소금을 이용하는 걸까? 녹는점이 높고, 식용에 사용할 수 있는 가루라면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가루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소금이다. 흔히 쓰는 또 다른 식재료 가루인 설탕의 녹는점은 185도로, 100도만 돼도 일정 부분이 녹기 시작한다. 가루마다 녹는점이 다른 이유는 원자의 결합 형태 때문이다. 소금은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이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서로 강하게 끌어당기면서 이온 결합한다. 반면, 설탕은 여러 분자가 전자쌍을 공유하면서 공유결합한다. 온도가 올라가면 공유결합한 각 분자는 에너지를 얻어 비교적 쉽게 서로를 놓아버리지만, 원자간 결합인 이온결합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식재료가 열원이 되는 가루에 그대로 노출되는 게 아니라면, 소금이 아닌 모래를 쓰기도 한다. 튀르키예 전통 커피인 샌드 커피는 녹는점이 약 1700도로 매우 높은 모래에 끓인다. 뚜껑이 없는 제브제(Cevze)라는 용기에 커피 가루와 물 등을 넣고 고온의 모래에 놓고 돌리면 수 초 만에 끓어오른다. 고온에서 빠르게 끓어 맛이 매우 진하고 풍부하다.
아쉽게도 가정에서는 파칭 방식으로 요리하기 어렵다. 농심 스낵개발팀 담당자는 "온도 설정, 설비 등을 가정에서 구현하기 매우 어렵고, 고온을 다뤄야 해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