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중국서 ‘간첩 혐의’ 구속···대사관, 몰랐나 숨겼나
중국 국가안전국 수사관들이 제시한 반간첩법 통지서. /KBS화면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경향신문]
당국, 반도체 업체서 정보 유출 의심
1년 가까이 구금조사, 지난 5월 구속
당시 주중 대사관 “체포 사례는 없다”
중국 반도체 회사에 재직 중인 한국인이 반간첩법 혐의를 적용받아 당국에 1년 가까이 구금된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인이 개정 반간첩법 적용을 받은 첫 사례이다.
29일 주중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거주하던 50대 한국교민 A씨가 지난 5월 구속됐다. A씨는 지난해 12월 자택에서 자던 중 허페이시 국가안전국 소속 수사관들에게 연행돼 호텔에서 5개월 동안 조사를 받았다. 중국 검찰은 지난 5월 국가안전국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A씨를 구속했다.
국가안전국 수사관들이 연행 당시 제시한 문건에 따르면 그에게는 간첩 혐의가 적용됐다. 중국의 반도체 정보를 한국으로 빼돌렸다는 혐의인 것으로 보인다. 2023년 7월1일 간첩 행위의 범위를 크게 넓힌 개정 반간첩죄 시행 이후 한국인이 법 적용 대상이 된 것은 A씨가 처음이다.
A씨는 20년 가까이 한국의 반도체 기업 분야에서 이온 주입 기술자로 근무했으며 현재 중국 D램 반도체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에 근무했다. 창신메모리는 2016년 처음으로 한국인 반도체 인력 10명을 영입했는데 A씨도 그때 이곳에 입사했다.
이후 A씨는 다른 2곳의 중국 반도체 회사에서 일했지만, 허페이시 국가안전국은 창신메모리 근무 당시 반도체 관련 정보를 한국으로 유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A씨는 창신메모리에서 일할 당시 핵심기술이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은 이르면 이달 내 시작할 수도 있다. 반간첩법에 따르면 중국의 국민·조직 또는 기타 조건을 활용해 제3국을 겨냥해 시행하는 활동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경우 간첩 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법은 무엇이 ‘안보’나 ‘국익’과 관련된 것인지, ‘중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것인지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형법상 간첩죄가 적용되면 통상 징역 3~10년이 선고되며 사안이 엄중하면 사형과 무기징역도 가능하다. 국가기밀누설죄는 경미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최대 무기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
A씨 가족들은 한국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사건 인지 직후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지난 5월 정례브리핑에서는 한국인이 반간첩법으로 체포된 사례는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 정부도 A씨에 대한 간첩죄 수사 사실을 확인했으며 합법적 법 집행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한국 공민은 간첩죄 혐의로 중국 관련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며 “중국은 법치 국가로, 법에 따라 위법한 범죄 활동을 적발했고, 동시에 당사자의 각 합법적 권리를 보장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