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황 뚫고 ‘4조’ 매출 기록한 K-쇼핑의 ‘성지’
사진 = 연합뉴스/ 역대급 불황 뚫고 ‘4조’ 매출 기록한 K-쇼핑의 ‘성지’/ 권용희 기자 ©리포테라
불황에도 꺾이지 않은 성장
4조 매출의 비결은 ‘가성비’
“한 번 들어가면 빈손으로 못 나온다.”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불황이라는 단어조차 무색하게 만들며 유통업계의 판도를 다시 썼다.
가파른 내수 부진에도 다이소는 지난해 무려 4조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로는 쿠팡과 이마트 등 유통 대기업을 압도했다.
이제 다이소는 단순한 ‘가성비’ 매장이 아닌, 뷰티·패션·이커머스를 모두 아우르는 ‘K-쇼핑의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고물가 시대, ‘가성비’가 답이었다
지난해 아성다이소는 3조9천689억 원의 매출과 3천711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4.7%, 영업이익은 41.8% 급증한 수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영업이익률이다. 9.35%에 달하며, 이마트(0.16%)나 쿠팡(1.46%)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균일가 정책과 철저한 원가 관리, 시즌별 전략 상품의 인기가 실적을 이끌었다.
다이소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 속에서 고객들이 가격 대비 성능을 꼼꼼히 따지면서, 다이소 특유의 ‘가성비’가 다시 주목받았다”고 설명했다.
‘화장품도 다이소에서’… 상품군 확장 효과
다이소의 변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고마진 분야인 뷰티와 패션으로 상품군을 넓히며 수익성을 높였다.
지난해 기준 다이소에서 판매된 뷰티 브랜드는 60개, 상품 수는 500여 종으로 1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흐름에 맞춰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 화장품 대기업도 전용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샤넬밤’으로 불리는 손앤박 멀티컬러밤, VT의 ‘리들샷 앰플’ 등이 인기를 끌며 뷰티 제품군 매출은 전년 대비 144% 폭증했다.
패션 분야도 마찬가지다. 맨투맨과 후드티, 패딩 조끼 등 이지웨어 라인 중심으로 의류 매출이 34% 증가했으며, 특히 겨울 시즌에는 무려 86%나 급등했다.
오프라인 넘어 ‘퀵커머스’로 진화
온라인 경쟁력도 강화됐다. 지난해 12월 기존의 오픈마켓 ‘다이소몰’과 자사몰 ‘샵다이소’를 통합하면서 온라인몰을 정비하고, 익일배송과 픽업 서비스를 도입했다.
배송 편의성을 높인 결과, 다이소 온라인몰의 월 매출은 1년 새 5배 넘게 증가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3월에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 당일배송 서비스 ‘오늘배송’도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최소 주문 금액 1만 5천 원 이상이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배송은 배달대행 플랫폼과 협업해 진행된다.
다이소 관계자는 “‘오늘배송’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의 접근성과 온라인의 편리함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며, “향후 전국 확대 여부는 소비자 반응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도 사로잡았다… ‘K-쇼핑 명소’ 된 다이소
흥미로운 점은 다이소가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올리브영, 무신사와 함께 ‘올·다·무’라는 이름으로 K-쇼핑 성지로 불리며, SNS에서는 ‘한국 여행에서 꼭 사야 할 아이템’이라는 해시태그가 유행 중이다.
실제로 지난해 외국인의 다이소 카드 결제 건수와 금액은 각각 42%, 50%씩 늘었다. 명동, 홍대 등 관광지 매장에선 외국인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다이소 관계자는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외국인들이 다이소 쇼핑 경험을 공유하는 콘텐츠가 수백 개 이상 올라오고 있다”며, “이러한 입소문이 해외 관광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고물가, 소비 위축, 경쟁 심화라는 삼중고 속에서 다이소는 저가 생활용품점이라는 본질을 지키면서도 끊임없는 혁신으로 새로운 성장을 이뤘다.
“저렴하지만 품질 좋고, 빠르기까지 하다”는 소비자의 평가 속에서 다이소는 단순한 균일가 매장을 넘어, 한국 유통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