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진주만 공습과 9·11 공격을 매일 당하고 있다"…미 의회 화상연설서 지원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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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진주만 공습과 9·11 공격을 매일 당하고 있다"…미 의회 화상연설서 지원 호소

베트남조아 0 608 2022.03.18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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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의사당에 모인 미 상·하원 의원들에게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인들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과 세계의 가치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국 연방 상·하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화상으로 진행한 연설에서 “우리는 미래라는 이름으로 우리 목숨을 희생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전 세계의 지원을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군용 티셔츠 차림으로 의자에 앉아 16분간 진행한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난하면서 자신들이 당하고 있는 고난과 비극이 자신만이 아닌 미국과 전 세계가 직면한 공통의 위협이라고 강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러시아는 단순히 우리, 우리 땅, 우리 도시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우리 가치, 인간의 기본 가치에 대해 잔혹한 공격을 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우리의 자유,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미래를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 행복에 대한 우리 욕구, 우리의 국가적 꿈에 탱크와 비행기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 미국인들이 가진 꿈, 미국의 누구라도 가진 똑같은 꿈이다”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역사와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뼈아픈 역사를 번갈아 언급하면서 미국 정치인들과 대중들에게 공감과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역대 대통령 4명의 얼굴을 바위에 새긴 러시모어 국립공원을 가리켜 민주주의와 독립, 자유, 박애 등을 상징한다면서 “우크라이나에 사는 우리도 똑같은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41년 12월7일 일본의 진주만 공습, 2001년 9·11 테러 등 역사적으로 미국이 당했던 공격이 지금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이것을 매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남긴 유명한 말인 “우리에겐 꿈이 있습니다”를 인용하면서 “나에겐 필요가 있다. 나는 우리 하늘을 지킬 필요가 있다. 나는 여러분의 결단과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지속적으로 미국과 서방에 요구해온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재차 요구한 뒤 “이것이 너무 과한 요구라면 대안을 제시하겠다”면서 S-300과 같은 대공 미사일 방어시스템과 항공기 지원 등을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보내준 전폭적인 지원과 지지에 감사한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더욱 강력한 제재를 요청했다. 그는 “지금은 우리나라와 유럽 전체에 진정으로 가장 어두운 시기”라면서 “러시아의 군사공격이 중단될 때까지 매주 새로운 제재를 끊임없이 더 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쟁에 책임이 있는 러시아의 모든 정치인과 관료들을 제재해달라면서 “모든 미국 기업들은 러시아에서 당장 떠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러시아인이 우크라이나 국민을 파괴하는 데 사용할 단 한 푼의 돈도 받을 수 없도록 보장할 것을 요청한다”면서 “평화는 수입보다 중요하며, 우리는 전 세계에서 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전쟁에 신속히 대응하고 중단시키기 위한 새로운 도구를 창설할 필요가 있다”면서 새로운 국제 연합체인 ‘U24’를 제안하기도 했다. 2월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24시간 분쟁 중단, 무기, 제재, 인도적·정치적 지원 체제를 갖춘 기구를 새로 만들자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건물과 아파트가 화염에 휩싸이고 붕괴되는 장면, 아이와 여성이 울부짖고 부상자들이 피를 흘리는 모습, 희생자들의 시신을 참호처럼 길게 판 구덩이에 던지는 모습 등 우크라이나가 겪고 있는 참상을 담은 1분30초 가량의 동영상을 틀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 의원들을 향해 “세계의 리더가 되는 것은 평화의 리더가 된다는 뜻”이라면서 “여러분의 나라의 평화는 더이상 여러분과 여러분의 국민들에게만 달려 있지 않다”고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 마지막에는 통역 없이 영어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직접 호소했다. 그는 “당신은 당신의 위대한 나라의 리더다”라면서 “나는 당신이 세계의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 세계의 리더가 되는 것은 평화의 리더가 된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미 연방 의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 연설 전과 후에 기립 박수를 보내며 응원했다. 화상연설이 진행된 강당에는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가 초청됐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연설 직전 마르카로바 대사를 소개하며 응원의 박수를 유도했고, ‘슬라바 우크라니’(Slava Ukraini·우크라이나에 영광을)라는 구호를 선창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달 초 벨기에 유럽의회에서 열린 특별 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했고, 영국과 캐나다 의회에서도 화상연설을 하면서 지원을 호소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경향신문(http://www.khan.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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