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 식수원이 병들고 있다...사이공강·동나이강 수질 악화 ‘비상’
호찌민시를 가로지르는 사이공강. 호찌민시의 주요 상수원 가운데 하나지만 최근 암모니아와 유기물 오염이 증가하면서
수질 관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베트남 연합뉴스통신)
(호치민=베트남코리아타임즈) 앨런 리 기자 = 베트남 경제의 중심지 호찌민시의 성장 뒤편에서 도시의 생명줄인 강이 병들고 있다.
호찌민시의 주요 식수원인 사이공강과 동나이강의 수질이 2024년부터 악화되기 시작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활하수와 도시 오염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암모니아와 유기물 오염이 곳곳에서 기준치를 크게 웃돌았다.
호찌민시가 마련한 ‘2026~2030년 도시 하천·호수 표면수 수질관리계획’에 따르면 사이공강의 수질지수(WQI)는 2021~2023년 57~93으로 ‘보통’에서 ‘매우 좋음’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2024년부터 수질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2025년에도 같은 추세가 이어졌다.
사이공강에서 검출된 암모니아 농도는 2024~2025년 국가 기준치의 1.2~5.2배를 초과했다. 암모니아는 유기물과 하수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오염물질이다.
유기물 오염도를 보여주는 화학적산소요구량(COD) 역시 기준치를 1.2~3.6배 웃돌았다.
더 심각한 것은 사이공강으로 흘러드는 운하와 지류다. 이들 수로의 WQI는 25~84로 ‘나쁨’에서 ‘좋음’까지 큰 편차를 보였으며, 일부 측정 지점에서는 암모니아 농도가 기준치의 무려 87.8배까지 치솟았다. COD 역시 기준치를 최대 12.3배 초과했다.
도시에서 발생한 하수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채 하천과 운하로 유입되고 있다는 신호다.
동나이강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나이강의 WQI는 74~98로 전체적으로는 ‘보통’에서 ‘매우 좋음’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2021~2023년 개선됐던 수질이 2024~2025년 다시 악화됐다. 특히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갈수록 수질이 나빠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암모니아 농도는 기준치를 1.2~1.7배 초과했으며, 2024년 롱푸억·빈안·호아안 측정 지점에서는 COD가 기준치의 1.5~2.2배를 기록했다.
동나이강으로 흘러드는 지류의 오염은 더욱 심각했다. 늠천, 쑤언쯔엉천, 고꽁운하 등에서는 암모니아가 기준치의 최대 35.6배, COD가 12배 이상 초과했다.
문제는 ‘강의 오염’이 곧 ‘식수 문제’라는 점
사이공강과 동나이강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호찌민시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강이기 때문이 아니다.
두 강은 호찌민 시민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핵심 상수원이다.
호찌민시의 주요 정수장인 떤히엡, 투득, 지안, 우옌흥, 투저우못 정수장 등이 사이공강과 동나이강에서 원수를 취수하고 있다.
특히 동나이강은 호찌민시의 대표적인 대형 정수장인 투득정수장의 주요 원수 공급원이다. 투득정수장은 하루 약 70만㎥의 수돗물을 생산하며 호찌민시 전체 수요의 3분의 1 이상을 담당한다.
과거에도 두 강의 수질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호찌민시 상수도공사(SAWACO)는 사이공강과 동나이강에서 암모니아와 유기물 오염이 기준치를 넘어서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정수장에서 고도화된 수처리 공정을 거치면서 최종 공급되는 수돗물은 기준에 맞도록 관리되고 있다.
즉 현재의 수질 악화가 곧바로 시민들이 마시는 수돗물의 안전성 문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수의 오염도가 계속 높아질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원수의 오염이 심해질수록 정수 과정에서 제거해야 할 오염물질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정수장 운영 부담과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오염 사고가 발생하거나 특정 오염물질의 농도가 급격하게 상승할 경우에는 취수 자체를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하루 80만㎥ 넘는 하수…도시 성장의 그림자
가장 큰 문제는 호찌민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처리해야 할 하수의 양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호찌민시에서 발생하는 하수는 하루 약 80만7800㎥에 달한다. 문제는 이 가운데 상당량이 강과 운하 등 도시 수계로 흘러들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 곳곳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와 산업·상업 활동에서 나온 오염물질이 운하와 지류를 거쳐 결국 사이공강과 동나이강으로 유입되는 구조다.
호찌민시가 도시의 주요 수로뿐 아니라 강으로 흘러드는 운하와 지류까지 함께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도 사이공강과 동나이강 본류보다 이들 강으로 흘러드는 일부 지류와 운하에서 훨씬 높은 수준의 오염이 확인됐다.
결국 두 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강 자체를 정화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처리하느냐가 핵심이다.
‘수질 관리’에서 ‘물 안보’ 문제로
호찌민시의 물 문제는 수질 오염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이공강과 동나이강은 모두 하류에 위치해 있어 염수 침입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과 해수면 상승도 장기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도 건기에는 염분 농도가 높아져 일부 취수장에서 원수 취수가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호찌민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상류 저수지의 방류를 통한 염수 밀어내기와 예비 수원 확보 등 여러 대책을 마련해왔다.
결국 호찌민시의 물 안보는 ‘물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깨끗하고 안정적으로 취수할 수 있는 물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로 물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도시에서 배출되는 하수와 오염물질 역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찌민시, 2030년까지 하수 80% 처리 목표
호찌민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시는 2026~2030년 수질관리계획을 통해 하천과 호수로 배출되는 하수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강 유역 단위의 수질 관리와 상수원 보호구역 관리, 수질 모니터링 및 조기경보 시스템을 확대할 계획이다.
가장 눈에 띄는 목표는 2030년까지 도시 하수의 80%를 수집해 중앙에서 처리하는 것이다.
동나이강 유역의 수질 측정 지점 가운데 최소 85~90%에서 ‘보통’ 이상의 수질을 확보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호찌민시는 현재 취수 지점 주변에 19개의 위생보호구역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동시에 다덴, 송레이, 다방 등 일부 저수지는 현재까지 매우 좋은 수질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식수 공급을 보완할 수 있는 예비 수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호찌민시는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도시다. 하지만 도시의 성장이 강의 수질 악화로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사이공강과 동나이강의 수질 악화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다.
수백만 명의 시민에게 물을 공급하는 상수원의 문제이자, 호찌민시가 앞으로 지속 가능한 대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물 안보’의 문제다.
도시의 하수 처리가 강의 자정 능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 경제성장의 비용은 결국 시민들의 물값과 환경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