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고위층, 교통사고로 사망자 내고도 불기소 처분 논란
작년 5월 30일 베트남 하노이 도심에서 응우옌 시 끄엉(64) 전 의원이 모는 BMW 차량이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모습.[VTV 영상 캡처]
베트남 고위층, 교통사고로 사망자 내고도 불기소 처분 논란
前의원 작년 5월 사고 최근까지 묻혀…온라인서 Z세대 항의 여론 확산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베트남에서 현직 장관의 남편이자 국회의원 출신 고위층 인사가 교통사고를 내 10대 여학생을 숨지게 했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건을 놓고 온라인에서 젊은 Z세대 중심으로 뒤늦게 항의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작년 5월 30일 하노이 도심에서 응우옌 시 끄엉(64) 전 의원이 모는 BMW X3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고속으로 달리다가 갑자기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가 아버지와 18세 딸이 탄 오토바이와 정면충돌했다.
2선 의원인 그는 2011∼2021년 의원을 지냈으며, 그의 부인은 람 티 프엉 타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이 사고로 고교 졸업 시험을 앞둔 딸이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열흘 뒤 사망했다. 당시 하노이 경찰이 수사를 맡았으나, 최초 사고 이후 이 사건에 대한 소식은 끊겼다.
1년여 이상 침묵 속에 묻혀 있던 이 사건이 다시 불거진 것은 약 열흘 전이다.
스레드 등 소셜미디어에서 가해자의 이름인 '#NguyenSyCuong', 그가 몬 차량 브랜드를 지칭하는 '#BMW' 등의 해시태그를 단 관련 게시물 수백만 건이 10∼20대, Z세대를 중심으로 퍼진 것이다.
네티즌들은 숨진 소녀를 추모하고 이 사건에 대한 수사 내용 공개, 관련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또 사고 현장에 있는 가로수에는 주로 마스크를 쓴 젊은이들이 바친 추모의 꽃이 쌓였으며, 구글 지도 이용자들이 이 나무에 '정의의 나무'(Tree of Justice)라는 위치 표시까지 붙이기도 했다.
이처럼 항의 여론이 확산하자 하노이 경찰은 지난 17일 관영 VTV 방송을 통해 끄엉 전 의원의 도로교통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면서도 희생자 가족의 고소 취하 등 사유를 참작해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끄엉 전 의원이 "자기 과실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사태 수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으며, 피해자 가족도 이를 받아들여 형사 기소 면제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담당 검사도 방송에서 끄엉 전 의원이 유효한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있었고 음주운전 상태도 아니었으며, 기소 면제 요건을 충족했다고 말했다.
얼굴을 가린 채 VTV 인터뷰에 응한 희생자의 아버지도 "이번 사건과 우리 가족에게 관심을 보낸 온라인 커뮤니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도 "하지만 이제 이 일은 과거의 일이 되었으며, 모든 문제는 수사 당국에 의해 명확히 해결됐다"고 밝혔다.
또 "수사기관의 우리 가족 사건 처리 방식에 대해 어떤 불만이나 이의, 의문도 없다"면서 "무엇보다도 우리는 베트남 국민으로서 애국심을 소중히 여기고 반동 세력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온라인 여론과 관련해 경찰이 속한 공안부는 방송에서 "적대 세력, 반동분자,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이 불안과 소요를 조장하려는 매우 위험한 음모와 의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사고 현장 나무의 꽃이 신속히 사라졌으며, 당국 요원들이 나무 주변에서 헌화를 막고 감시하는 모습도 포착됐다고 AFP·로이터는 전했다.
스레드 등 소셜미디어에서도 관련 게시물이 삭제됐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VTV 방송 이후에도 온라인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AFP에 따르면 한 네티즌은 "그러면 앞으로 면허가 있고 음주 상태만 아니라면, 승용차 같은 대형차량을 몰고 난폭하게 과속하거나 불법 차선 변경, 신호 위반을 일삼아 누군가를 숨지게 해도 그저 금전적 보상만으로 합의하고 아무런 처벌 없이 풀려날 수 있다는 뜻이냐"고 반문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현지 사회운동가 응우옌 호앙 비는 SCMP에 "피해자는 목소리를 내는 많은 젊은이와 동년배인 18세 소녀였다. 그렇기에 젊은이들은 자연스럽게 피해자의 입장에 자신을 대입해 보며 깊이 공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도 1년여간 이어진 침묵이 그들의 인내심을 한계에 다다르게 했을 것"이라면서 "젊은이들은 더 이상 어른들이 그저 '정의를 믿어라'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정의가 실제로 실현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